제주가치돌봄, 초임 공무원이 만난 두 달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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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제주가치돌봄, 초임 공무원이 만난 두 달의 현장

제주시 건입동주민센터 우준희 주문관

제주시 건입동주민센터 우준희 주문관
[정보신문] 올해 6월, 제주시 건입동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 주무관으로 발령을 받았다. 업무에 투입된 지 이제 겨우 두 달. 아직은 낯선 것투성이인 신규 공무원이다. 이전 민간 기관에서의 근무 경험이 충분하기에 내심 자신이 있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일이라면 어느 정도 해봤다고 생각했다. 그 자신감이 흔들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건입동은 어르신 인구 비중이 높은 동네다. 그중에서도 홀로 지내시는 중장년·독거 어르신들의 민원 성향이 유독 강하다는 이야기를 선배들에게 익히 들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듣던 것과는 또 달랐다.

처음 몇 주는 언성이 높아지는 순간마다 그 기세에 눌려 위축되곤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같은 어르신과 통화를 이어가고 직접 찾아뵙는 횟수가 쌓이자 목소리의 결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화를 내던 분이 어느 순간 젊은 시절 이야기를 꺼내고, 결국엔 요즘 밥은 잘 챙겨 드시는지 되묻게 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민원이라 여겼던 말들 속에는 실은 누군가 자신의 하루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얹혀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담당 업무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제주가치돌봄이다.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통합돌봄 서비스로, 아직 시행된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그 촘촘함에 매번 놀란다. 국가 단위의 복지 제도가 촘촘한 그물이라면 제주가치돌봄은 그 그물코 사이로 빠지는 이들을 다시 건져 올리는 손 같은 존재다.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고 특정 질환으로 등록된 것도 아니지만 몸이 불편해 장을 보기 힘든 어르신들이 실제로는 훨씬 많다. 이런 분들을 발굴하고 사례관리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제도가 사람의 삶을 따라가야 비로소 진짜 복지가 된다는 걸 매일 새롭게 배운다.

출장은 늘 2인 1조로 나간다. 6월에 임용돼 그대로 여름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간 셈이라, 요즘은 대문 하나 두드리기 전에 이미 등이 젖는다. 건입동은 골목마다 오르막이 잦아 숨이 찰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 언덕을 매일 오르내리실 어르신들은 얼마나 더 힘드실까 싶어 다시 다리에 힘이 붙는다.

그렇게 오르내리는 길 위에서 혹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가 의외로 값지다. 방금 만난 어르신의 상황을 두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혼자였다면 놓쳤을 지점이 눈에 들어온다. 손이 많이 가는 고난도 사례는 제주시청 담당 부서와 협의를 거치는데, 처음엔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여러

시선이 포개져야 놓치는 이가 줄어든다는 걸 알게 됐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분들과의 자리도 그렇다. 임용 두 달 차 신규에게는 아직 낯선 얼굴이 대부분이지만, 협의체를 통해 알게 된 지역 자원 하나하나가 실제 사례에 그대로 쓰인다는 걸 확인할 때마다 이 일의 무게를 다시 느낀다. 제도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틈을 민간 기관과 주민, 공무원이 함께 메워가는 구조가 여기 있다는 것. 그게 이 제주, 건입동에서 새삼 눈에 들어온다.

이제 겨우 두 달을 채운 신규가 정책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걸 안다. 다만 이 짧은 시간 몸으로 느낀 건 있다. 제주에는 이웃이 이웃을 알아보고 챙기는 괸당 문화가 아직 살아 있고, 그 정서가 복지의 든든한 밑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공무원 혼자서는 결코 열 수 없는 문이 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민간 복지기관, 동네 자생단체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손을 보태줄 때 그 문이 비로소 열린다. 건입동 골목을 걷다 마주치는 어르신들께 인사를 건네는 것부터, 앞으로 그 손들과 함께 더 성실히 배워가고 싶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