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지키는 작은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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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마을을 지키는 작은 영웅들

서귀포시 표선면 주무관 강보림

서귀포시 표선면 주무관 강보림
[정보신문] 시골 마을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그곳이 행정의 또 다른 세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일, 불편을 함께 나누고 때론 웃음으로 마무리되는 일상들. 하지만 이 모든 관계의 중심에는 한결같이 마을의 이장님들이 계셨다.

이장님은 행정의 이름보다 먼저 주민들의 얼굴을 떠올리는 사람이다. 새벽이면 마을을 돌며 어르신의 안부를 묻고, 논밭을 둘러보며 불편함이 없는지 살핀다. 대중교통이 하루 몇 번뿐인 현실에서 병원 갈 일, 약 타올 일까지 일일이 챙기고, 고장 난 농기계를 수리하거나 복잡한 행정 서류를 대신 작성해주기도 한다. 그렇게 이장님은 마을의 해결사이자, 버팀목이자, 때론 자식 같은 존재로 살아간다.

도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역할을 이장님들은 매일같이 해내고 있다. 오래된 지붕에서 새는 물, 고립된 노인의 외로움, 정보에서 소외되는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이장님은 늘 ‘먼저 알아주는 사람’이다. 공적인 일과 사적인 정이 분리되지 않는 곳에서, 그들은 마을을 위해 늘 한 발 더 내딛는다.

내가 리행정 업무를 맡게 되면서, 행정이란 것이 단지 제도나 문서 속에 머물지 않는다는 걸 실감했다. 오히려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사람을 향한 행정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심에는 늘 이장님들이 있었고 그들은 이름 없이 빛나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마을을 단단히 지키는 사람들이다.

마을은 작고 조용하지만, 그 안에는 이장님이라는 ‘작은 영웅’이 있다. 나는 앞으로도 이들의 노고가 외면받지 않도록,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땀방울이 만든 따뜻한 마을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