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분리배출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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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그래도’분리배출은 해야 한다.

서귀포시 표선면 생활환경팀장 현인철

서귀포시 표선면 생활환경팀장 현인철
[정보신문] 표선면 환경팀장으로 근무한 지 1년이 되어간다. 읍면에서는 흔치 않은 ‘환경직’팀장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일상의 쓰레기 배출 방법에서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아주 광범위한 질문을 받는다. 전문직으로 인정받는 것 같아 나름 뿌듯하다.

하지만“병 뚜껑은 분리해서 버리나요?”,“2040 플라스틱 ZERO’가 뭔가요?”등 의외로 답하기 어려운 게 많다. 답이 어려운 이유는 능력 탓일 수 있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규정과는 달리 현장과 상황에 따라 답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재질이 다른 병 뚜껑은 규정만 보면 병과 분리가 답이지만, 현장에서는 수집운반 과정에 병의 파손 방지를 위해, 분리하지 않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 또한 치킨 뼈와 계란 껍질은 음식물로 배출하면 안된다는 등, 이제는 그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시대에 뒤떨어진 규정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니 시원스레 답을 못하는 게 능력 탓만은 아니다.

‘2040 플라스틱 ZERO’? 사실 뭔소린지 잘 모르겠다. 20대랑 40대는 플라스틱을 사용을 말라는 건 아닐 거다. 확실하다.“플라스틱 재활용율 고작 16%, 플라스틱은 수거 때 다시 섞어 운반되므로 애써 분리할 필요가 없다”거나, 심지어“지구 온난화는 사기”라고도 한다. 아마도 나름 관심을 가지고 신문이나 방송을 보았을 거다. 환경직이 그것도 모르냐?며 핀잔을 줄 께 뻔하지만 모른다고 답한다. 모른다고 하면 편하다. 아주 편하다. 플라스틱 재활용율은 50% 정도일 거다. 왜 다른지는 한번 찾아보시길 권한다.

하지만 아주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이 하나 있다. 담당자도 헷깔려 하는 분리배출을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수거량의 반에 반도 안되는 재활용을 위해, 펫트병 뚜껑을 분리하고, 내용물 씻어내고, 색깔별로 구분해서, 상표 떼어내고, 압축까지 해야만 하는지? 라는 질문이다.

확실하게 답할 수 있다.“당연히 해야 한다”. 복잡해도, 담당자마저 헷깔려도, 노력에 비해 효과가 없어도 분리배출은 해야 한다. 현장에서의 많은 문제점들로 인해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상의 분리배출에서 시작되는 자원재활용, 더 나아가 국가적 자원순환 정책으로 이어지는 우리 도의‘2040 플라스틱 ZERO 섬’정책을 포기할 수는 없다.

포기하는 순간 핑계를 찾고, 하고자 하면 방법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현장과 다르다, 효과가 없다, 심지어 잘 모른다는 것조차 포기를 위한 핑계일 뿐이다. 포기할 수 없다면 핑계 대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유일한 읍면 환경직 팀장으로서 답한다.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해야 한다. 20대, 40대는 물론 50대도 해야 하고, 모두가 분리배출은 해야 한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