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이라는 선택: 개인과 사회가 함께 만드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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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청렴이라는 선택: 개인과 사회가 함께 만드는 가치

서귀포시 자치행정과 주무관 김경화

서귀포시 자치행정과 주무관 김경화
[정보신문] 청백리 제도는 조선시대 청렴한 관리를 표창하고, 그 후손에게 벼슬을 내려주는 제도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탐욕스러운 자들이 오히려 벼슬을 차지하며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었다. 500년 동안 청백리로 선발된 관리가 단 218명에 불과했다는 점은, 청렴을 장려하려던 제도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청렴을 유지하려는 이러한 제도의 한계는 오늘날에도 여전해 보인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고, 청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법이 제정된 후 청렴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확실히 커졌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는 청렴보다는 성공과 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남아 있다. 이는 법적 제도만으로는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내린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시간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청렴은 개인의 선택만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다. 책 <더티워크>에 따르면, 미국의 드론 전투원들은 국가의 안전을 위해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지만, 타인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빼앗는 상황에서 도덕적 갈등을 겪는다. 이들 중에는 경력이 부족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많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도덕적 고민을 감수하면서도 다른 선택을 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경력이 탄탄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도덕적 갈등을 겪을 때 더 나은 직업을 선택할 기회가 많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드론 전투원들이 테러범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AI 시스템을 개발한다. 이들은 기술적으로 전투에 기여하지만, 만약 자신이 하는 일에 도덕적 갈등을 느낀다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들은 이미 커리어를 쌓아왔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는 것이 비교적 수월하다. 그들이 가진 커리어와 성공 덕분에 더 도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쉽게 얻는 것이다.

결국, 청렴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나 도덕성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사회적 위치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도덕적 선택의 기회가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개인이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청렴한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사회적 장치가 더 고도화되어야 한다. 단순히 법적 규제나 개인의 결단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청렴한 선택을 장려하고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과 제도가 마련될 때, 누구나 도덕적 갈등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청렴한 길을 따를 수 있을 것이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