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 용담1동 주민센터 심소연 |
흐린 물은 무엇이든 섞여 들 수 있지만, 맑은 물은 이물질이 섞이는 순간 바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청렴이란 바로 이 맑음을 지키는 일, 즉 사심 없이 공익을 위해 성실히 일하는 태도를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성실히'라는 단어다. 아무것도 받지 않는 것이 청렴의 전부라면 그것은 소극적인 결백에 그친다. 진짜 청렴은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도 제 몫을 다하는, 능동적이고 지속적인 성실함이다.
그 맑음이 가장 쉽게 흐려지는 지점에 갑질이 있다. 갑질이란 경제적·행정적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거나, 지위에서 비롯된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상대방에게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가하는 행위다.
갑질은 대개 명령의 형태가 아니라 관행의 형태로, 협박이 아니라 익숙함의 형태로 다가온다. "여기서는 원래 이렇게 해왔다"는 말 한마디가, 뿌리 하나를 조용히 흔들기 시작한다.
뿌리가 흔들릴 때 붙잡아 줄 네 개의 손
문제는 뿌리가 흔들리는 순간, 우리는 대개 혼자라는 사실이다. 익숙한 관계, 조용한 압박, "이번만은 괜찮다"는 마음의 속삭임 앞에서 개인의 의지는 생각보다 쉽게 휘어진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감정이 아니라 절차이며, 순간의 결심이 아니라 미리 세워둔 걸음이다. 청렴행동 프로세스는 바로 그 흔들리는 뿌리를 붙잡아주는 네 개의 손이다.
첫 번째 손은 인식하기다. 지금 이 상황에 사심이나 부당한 압력이 조금이라도 섞여 들었는지,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정직하게 묻는 것이다.
두 번째 손은 기준에 비추어보기다. 감정과 관계가 아니라 법령과 규정, 그리고 공정이라는 잣대 위에 지금의 판단을 올려놓는 것이다.
세 번째 손은 드러내고 확인하기다. 혼자만의 판단에는 반드시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므로, 동료와 상급자, 청렴 담당 부서와 상황을 나누어 그 그늘을 지우는 것이다.
네 번째 손은 결정하고 기록하기다. 부당한 요구에는 명확히 선을 긋고, 그 판단의 이유를 기록으로 남겨 스스로와 조직을 함께 지키는 것이다.
이 네 개의 손이 힘을 갖는 이유는 화려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람이 가장 쉽게 흔들리는 찰나에, 생각할 틈 하나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 틈이야말로 뿌리가 뽑히는 것과 다시 흙을 움켜쥐는 것 사이에 놓인 유일한 여백이다.
오늘, 우리가 내리는 뿌리
풀씨 한 알의 뿌리는 사막 앞에서 보잘것없어 보인다. 그러나 셀 수 없이 많은 뿌리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동시에 흙을 움켜쥐는 순간, 모래바람은 마침내 갈 곳을 잃는다.
청렴도 다르지 않다. 한 사람의 맑은 판단이 조직 전체를 단번에 바꾸지는 못해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내려지는 정직한 선택들이 겹겹이 쌓일 때, 부패라는 이름의 사막화는 비로소 멈춰 선다.
청렴은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부당한 요구 앞에서 한 번 더 멈춰 서는 것, 우월한 위치에서도 상대가 서 있는 자리를 헤아리는 것, 마음이 흔들릴 때 정해둔 절차에 스스로를 맡기는 것. 이 작고 조용한 실천 하나하나가 바로 오늘 우리가 땅속 깊이 내리는 뿌리다.
사막은 뿌리가 사라질 때 넓어진다. 그러니 이제 우리 각자가 그 뿌리가 되어야 할 때다. 작다고 무력한 뿌리는 없다. 가장 깊이 박힌 뿌리 하나가, 언제나 가장 넓은 사막을 이겨왔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2026.09.21 (월) 1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