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밤을 지키는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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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누군가의 밤을 지키는 소비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문화도시TF팀장 정찬우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문화도시TF팀장 정찬우
[정보신문] 아침에 문자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그제 주문했던 물건이 어젯밤 11시가 넘어 배송 완료됐다는 문자였다. `빠르다'는 감탄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최근 배달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현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가 버튼 몇 번으로 누리는 편리함 뒤에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뛰는 누군가의 하루가 있다. 그들도 누군가의 자녀이자 부모, 또는 친구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소비 습관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급하지 않은 물건이라면 `내일 꼭'이 아니라 하루 이틀 늦게 도착하도록 옵션을 바꿔 보는 것이다. 이런 선택이 쌓이면 현장에서는 마감시간에 물량이 몰리는 압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고, 동선을 더 효율적으로 짜거나 무리한 마감을 피할 여지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한 개인의 선택만으로 시스템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면 의미 있는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좀 더 확실히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도 있다. 첫째, 충동구매 줄이기이다. 정말 필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물량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사이즈·규격·호환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 반품·교환 최소화하기이다. 한 번의 반품은 단순히 `내 권리'로 끝나지 않는다. 회수 방문, 분류, 재포장, 재배송으로 이어지며 누군가의 추가 노동과 시간이 필요해진다. 셋째, 여러 품목은 주문을 모아 같은 날에 한번에 받기이다. 주문을 쪼개지 않는 것만으로도 배송 횟수와 재방문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남을 배려하는 소비'는 거창한 게 아니라, 내 생활의 속도를 조금 조정하는 실천이다. 하루 이틀 더 기다리는 대신, 누군가가 무리한 속도로 달리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상상해 본다. 편리함이 배달 노동자의 건강과 휴식을 담보로 하지 않는 사회. 그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은 의외로 단순하다. 조금 덜 급해지고, 조금 더 확인하고, 조금 더 모아 주문하는 것. 이런 선택들이 쌓일 때 우리의 일상은 조금 더 품격 있는 방향으로 바뀌고, 문화 의식도 성숙해질 것이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