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가? 불청객인가? 불법현수막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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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가? 불청객인가? 불법현수막의 두 얼굴

서귀포시 표선면 주무관 현민재

서귀포시 표선면 주무관 현민재
[정보신문] 아침 출근길, 버스 정류장 옆 전신주에는 어김없이 새로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급매물', '초특가', '당일 대출' 등 굵은 글씨가 시선을 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다른 광고가 걸려 있었던 자리다. 문제는 이런 현수막 대부분이 허가도 없이 설치된 불법광고물이라는 점이다.

불법현수막을 바라보는 시선은 늘 갈린다.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광고’로 보는 사람도 있고, 도시미관을 해치고 혼란을 부추기는 ‘불청객’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들이 아무도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거리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불법현수막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보기 싫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 지역의 질서와 신뢰를 무너뜨린다.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 무분별하게 내걸린 광고는 마치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사회에 퍼뜨린다. 결국, 이를 방치하면 거리에는 광고뿐만 아니라 각종 쓰레기와 무질서가 뒤따르고, 지역의 신뢰는 점점 흔들리게 된다.

더 나아가, 불법현수막은 특정 이익을 위해 타인의 공간을 침범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거리, 교차로, 공공시설은 모두의 공간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허락 없이 그 공간을 차지하고, 누군가는 그로 인해 안전을 위협받거나 불쾌감을 느낀다. '공유공간'의 개념을 무너뜨리는 이기적인 행위인 셈이다.

이러한 불법광고물 문제를 뿌리 뽑으려면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공공질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한순간의 홍보효과를 위해 지역 이미지를 훼손하는 불법행위를 선택하는 사업자, 이를 무심코 방관하는 주민, 모두가 함께 돌아봐야 할 문제다.

결국 불법현수막은 광고인지, 불청객인지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 깨끗하고 신뢰받는 지역을 위해 이제는 거리에서 이 불청객을 정중히 ‘퇴장’시켜야 할 때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