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라는 불청객, ‘농업용 저수조 정비’가 확실한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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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가뭄이라는 불청객, ‘농업용 저수조 정비’가 확실한 처방전이다

제주시 친환경농정과 농업기반팀장 이용탁

제주시 친환경농정과 농업기반팀장 이용탁
[정보신문] 기후 위기 시대, 농심(農心)을 담을 ‘물그릇’부터 바로 세워야
매년 봄이면 농촌의 마음은 설렘보다 걱정이 앞선다.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봄 가뭄’ 때문이다. 과거 천수답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물은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절대적 요소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로 강수량의 편차가 극심해지고 국지성 집중호우와 장기 가뭄이 반복되면서, 안정적인 용수 확보는 이제 농업의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 이제는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기우제식 농정이 아니라, 물을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하는 스마트 농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핵심 전략이 바로 ‘농업용 저수조 정비사업’이다.

용수 관리의 핵심은 ‘그릇’의 내실에 있다
농업용 저수조는 가뭄 시 농작물의 갈증을 해소하는 생명수와 같다. 하지만 현재 제주시가 관리하는 농업용 저수조 449조 중 150톤 이하의 소규모 시설이 전체의 65%에 달한다. 이는 급변하는 기상 이변에 대응하기에는 저장 용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상당수 시설이 설치된 지 수십 년이 지나 노후화되면서 잦은 고장과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아무리 지하수를 끌어올려도 담아두는 ‘그릇’이 깨져 있거나 작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이러한 인프라의 취약성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농가 생산성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데이터가 증명하는 제주 가뭄의 엄중함
제주 지역의 지질 특성을 고려하면 저수조 정비의 시급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제주는 투수성이 높은 화산암반 지질로 인해 비가 와도 지표수가 곧바로 지하로 스며든다. 이로 인해 농업용수의 약 90% 이상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최근 5년간 제주의 기상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연간 강수량은 유지되는 듯 보이나 강수 시기의 편차는 과거 대비 1.5배 이상 커졌다. 특히 여름철 집중호우와 겨울·봄철의 극심한 건조기가 뚜렷해지면서 ‘물 관리의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있다. 물이 풍족할 때 제대로 가두지 못하면, 정작 물이 필요한 시기에는 지하수 과다 취수로 인한 해수 침투 등의 2차 피해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사후 복구’에서 ‘사전 대비’로의 패러다임 전환
가뭄이 닥친 뒤 관정을 추가로 개발하거나 양수기를 동원하는 방식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진정한 대책은 물이 풍부할 때 저장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 시대의 농정은 피해가 발생한 뒤 예산을 투입하는 ‘사후 복구’가 아니라, 인프라를 미리 견고히 하는 ‘사전 대비’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행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첫째,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노후 저수조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단계별 현대화 추진.
셋째, 단순한 수리를 넘어 용량 확대와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해 농가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가치를 지키며
농업용 저수조 정비는 단순한 시설 보수가 아니다. 이는 제주의 생명줄인 지하수를 보존하고 식량안보를 지키는 미래 투자이며, 농민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게 하겠다는 정책적 약속이다.
올여름, 가뭄이라는 불청객 앞에서 더 이상 농심이 타들어 가게 해서는 안 된다. 물그릇부터 단단히 고치고 키우는 것, 그것이 우리 농업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처방전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