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먼저 여는 행정, 이청득심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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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먼저 여는 행정, 이청득심의 마음으로

서귀포시 표선면 주무관 황은경

서귀포시 표선면 주무관 황은경
[정보신문] 공무원이 된 지도 어느덧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용어 하나, 절차 하나도 새로웠고, 민원 창구 앞에 서는 일은 늘 긴장 속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업무는 조금씩 익숙해졌다. 이제는 규정을 찾는 일도, 서류를 처리하는 과정도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분명해지는 사실이 하나 있다. 행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단순히 규정을 적용하는 일이 아니라,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처음 업무를 배울 때 나는 ‘잘 설명하는 공무원’이 친절한 공무원이라고 생각했다. 민원인에게 정확한 답을 빠르게 안내하고, 규정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민원의 현장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했다. 정답을 서둘러 말할수록 오히려 오해가 쌓이고, 민원인의 마음은 더 멀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 한 선배 공무원이 조용히 건넨 한마디가 있다.

“일단 끝까지 들어봐야 답을 알 수 있지 않겠니.”

이 말은 지금까지도 내 업무의 기준으로 남아 있다. 민원인의 말은 단순한 요구로 끝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 뒤에는 각자의 사정과 감정이 숨어 있다. 그것을 충분히 듣지 않으면 해결 역시 엇나가기 쉽다. 경청은 시간을 늦추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정확히 짚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었다.

이청득심(以聽得心). 귀 기울여 들으면 마음을 얻는다는 이 말은, 2년 차 공무원이 된 지금에서야 조금씩 실감하고 있는 행정의 본질이다. 모든 민원을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지만, 모든 이야기를 성의 있게 들을 수는 있다. 그리고 그 태도 하나만으로도 행정은 주민에게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은 2년 차 공무원이지만, 나는 오늘도 답을 먼저 말하기보다 귀를 먼저 여는 공무원이 되고자 한다. 그것이 현장에서 배운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친절이며, 주민과 행정을 잇는 가장 따뜻한 다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