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와 아이들, 숲에서 다시 태어나다
검색 입력폼
 
시사칼럼

노루와 아이들, 숲에서 다시 태어나다

제주시 절물생태관리소 노루생태원팀장 문도호

제주시 절물생태관리소 노루생태원팀장 문도호
[정보신문] 노루가 먼저 우리를 바라봅니다. 가만히, 숨을 죽이고, 풀잎 사이로 다가오는 아이들을 향해. 아이들 또한 말없이 바라봅니다. 반짝이는 눈동자 속에 ‘처음 만나는 생명’에 대한 경외와 호기심이 피어납니다. 그 고요한 눈맞춤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더 이상 도시의 아이들이 아닙니다. 숲의 친구가 됩니다.

제주시 절물생태관리소가 운영하는 노루생태관찰원은 봄부터 가을까지 아이들을 숲으로 초대합니다. 이름하여 ‘노루랑 친구들’.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짜 살아있는 자연이 기다리고 있는 곳. 노루에게 직접 먹이를 주고, 낯선 숲길을 오르며, 손바닥만 한 곤충과 마주 앉는 순간들이 펼쳐집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도, 유튜브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눈빛이 살아납니다. 이름 모를 들풀을 만지며 “이건 뭐예요?” 묻고,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우리가 잊고 있던 감각들이 아이들 안에서 다시 깨어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숲은 교실보다 더 훌륭한 선생님이 됩니다.

숲에서 아이들은 배웁니다. ‘기다림’이라는 느린 언어를. ‘함께 걷기’라는 몸의 감각을. 그리고 ‘다름을 존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것은 어느 교과서에도 없고, 시험에도 나오지 않는 배움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 오래 남아,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노루생태관찰원은 그저 야생동물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생명과 교감하는 숲, 생태를 감각으로 익히는 배움터입니다. 자연이 한 아이의 인생에 심어주는 씨앗은 생각보다 더 깊고 오래갑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숲과 생명, 그 안에 깃든 느림과 다정함이 아이들의 마음에 닿도록. 노루와 아이들, 그 눈빛 하나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 숲 속에서 계속되길 바랍니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