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시 대정읍 주민자치팀장 이윤석 |
대정읍은 조선 시대 대표적인 유배지였던 역사적 장소이다. 추사 김정희와 정난주 마리아 같은 인물들이 이곳에서 머물며 유배의 고단함을 견뎠다. 추사는 외롭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세한도를 그렸고, 그가 남긴 글과 사상은 시대를 넘어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준다.
이러한 역사를 품은 제주올레 10코스는 모슬포항에서 송악산을 거쳐 이어진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푸른 초원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지고, 송악산 정상에 오르면 마라도와 가파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유배인들이 고향을 그리며 바라봤을 바다를, 오늘날 우리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마주한다.
또한, 이 길은 제주 4·3사건의 아픔도 품고 있다. 송악산 일대에는 당시 희생된 이들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제주 역사의 또 다른 한 페이지를 마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자연이 아름답다고 해서 그 속의 이야기가 모두 평온한 것은 아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자연과 역사,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거센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유배인들의 정신이, 지금도 이곳에 남아 길을 따라 흐르는 듯하다.
따뜻한 봄, 역사와 풍경이 함께하는 대정읍 제주올레10코스를 걸으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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