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 청렴이 있어야 진짜 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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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입춘대길, 청렴이 있어야 진짜 길하다

서귀포시 표선면 주무관 손형근

서귀포시 표선면 주무관 손형근
[정보신문] 입춘이 지나 우수가 다가오면, 계절은 말보다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준다.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지만, 얼어붙었던 눈이 녹고 물길이 트이기 시작하면서 봄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대문에 붙여두었던 ‘입춘대길’이라는 글귀처럼 봄을 바라는 마음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계절은 늘 그렇듯 조용한 변화로 답을 내놓는다. 입춘이 마음을 다잡는 다짐의 순간이라면, 우수는 그 다짐이 현실로 나타나는 시기다.

입춘대길이라는 부적은 생각해보면 참으로 재미있는 풍습이다. 한 해가 잘 풀리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지만, 그 글귀 하나만으로 모든 일이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문구를 붙여놓은 이후 어떤 태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느냐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새해가 되면 수많은 계획과 목표가 세워지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은 시간이 지나며 드러나는 실천으로 평가받는다.

청렴은 공직사회의 ‘입춘대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청렴은 벽에 붙여두는 문장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 속에서 지켜야 할 기준이다. 민원 한 건을 처리할 때 규정을 정확히 적용하는 일, 익숙하다는 이유로 관행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다시 한 번 점검하는 판단, 작은 편의를 이유로 원칙을 흐리지 않는 태도는 모두 청렴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사소해 보이는 부탁을 정중히 거절하고,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한 번 더 돌아보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공직 현장에서 이러한 선택들은 때로 번거롭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더 쉬워 보일 때도 있고, 괜히 스스로를 어렵게 만드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눈이 녹아야 물이 흐르듯, 원칙을 지키는 행동이 쌓일 때 행정은 신뢰를 얻는다. 청렴이 바탕이 될 때 정책은 설득력을 갖고, 시민은 행정을 믿고 자신의 일상을 맡길 수 있다.

입춘대길은 바라기만 해서 완성되지 않는다. 입춘에서 우수로 이어지는 이 시기, 공직사회에도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우리가 붙여야 할 부적은 화려한 글귀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청렴한 선택이 아닐까. 그 선택들이 모일 때, 비로소 행정의 봄도 제대로 찾아올 것이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