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초대장, 이웃을 향한 한 걸음
검색 입력폼
 
시사칼럼

12월의 초대장, 이웃을 향한 한 걸음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산지경영팀장 이형희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산지경영팀장 이형희
[정보신문] 매달 우편함에 들어오는 우편물 대부분은 세금 고지서나 각종 홍보물이다. 그러나 12월이면 늘 마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특별한 우편물이 하나 도착한다. 바로 적십자 회비 고지서다. 일 년에 단 한 번,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잠시 관심을 가져 달라는 조용한 부탁이 담긴 편지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일깨우는 작은 신호처럼 느껴지곤 한다.

우리는 종종 “나 하나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하지만 한 사람의 작은 선택이 이어질 때 그것은 어느 순간 ‘우리’라는 이름의 큰 힘이 된다. 잠깐 마음의 여유와 정성을 내어 준 덕분에 누군가의 하루가 바뀌고, 한 가정의 겨울이 달라지고, 사회가 조금씩 따뜻해진다. 금전적 후원만이 도움은 아니다. 자신의 시간, 경험, 재능, 따뜻한 말 한마디까지도 모두 커다란 힘이 된다. 마음을 나누는 일에는 거창함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유난히 더 힘든 한 해였다. 경제가 늘 좋을 수는 없지만, 만나는 민원인들마다 어려움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며 그 무게를 더욱 실감했다. 각자 사정은 다르지만, 모두가 버거움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냈다는 사실은 같았다. 그래서인지 서로를 향한 작은 관심과 배려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기다. 힘겨움을 견디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때로는 물질적 도움보다 “당신도 힘들었지요.”라는 한마디의 위로일지 모른다.

제주에는 ‘수눌음’이라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어려운 일을 함께 거들며 품을 나누고, 그 품을 다시 갚아 나가는 공동체의 마음이다. 이 정신은 단순한 상부상조의 의미를 넘어, “당신의 어려움은 혼자 극복하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깊은 연대의 선언과도 같다. 오늘날에도 이 수눌음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누군가를 향한 작은 관심이 행동을 바꾸고, 그 행동이 나와 이웃을 바꾸고, 결국 사회의 공기를 바꾸는 일이 된다.

모두가 힘든 한 해를 지나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가까운 이웃에게 먼저 안부를 묻고, 주변의 누군가가 어렵지는 않은지 살피며,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선물이 된다. 마음이 지치기 쉬운 겨울이지만, 우리가 서로를 향해 건내는 작은 손길 하나가 그 겨울을 덜 춥게 만든다. 작은 관심과 나눔이 모여,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따뜻한 계절을 맞이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