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시 여성가족과 주무관 김지현 |
실제로 명절 연휴에는 평소보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신고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 평균 대비 추석 연휴 가정폭력은 9.5건에서 15.4건(62.2%), 아동학대는 1.3건에서 1.4건(7.7%)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가정 내 스트레스, 음주, 경제적 부담, 장시간의 가족 모임이 갈등을 촉발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부모가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부부싸움도 아동학대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법원은 아이 앞에서 벌어지는 언어폭력·위협적 행동·심한 다툼을 ‘정서적 학대’로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2023년 한 판례에서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폭언을 퍼붓고 물건을 던지는 장면을 아이가 목격한 사례에 대해 법원이 정서적 학대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아이가 공포심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 명백하며, 이는 아동의 정신건강에 중대한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즉, 직접적인 폭행이 없더라도 고성과 욕설, 물건을 던지거나 부수는 행위, 상대 배우자를 모욕하거나 위협하는 행동, 아이 앞에서 반복적으로 갈등을 노출하는 행위 등은 모두 아동에게 심리적 폭력으로 작용될 수 있으며 「아동복지법」 제17조(금지행위)에 따라 아동학대 범죄로 처벌될 수 있다.
동법 제17조제5호인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는 징역형이나 벌금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부모의 친권 제한이나 아동 분리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
명절의 일시적인 다툼이 ‘가정사’로 끝나지 않고 법적 사건으로 번지는 사례가 최근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 아이의 눈앞에서 벌어진 갈등은 그저 ‘폭력’으로 각인된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부부싸움은 일시적인 감정 충돌이야”라고 해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언성, 욕설, 물건 부수는 소리, 냉랭한 분위기 하나하나가 아이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으로 남는다고 한다. 그 순간의 공포는 불안장애, 수면장애, 공격성,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명절 연휴는 가족 구성원이 장시간 함께 머물고, 일상적 통제 장치(학교, 기관, 사회적 감시)가 느슨해지며,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시기이기에 아동이 정서적 학대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 된다.
정서적 학대는 ‘가정사’가 아닌 ‘범죄’이다. 명절 연휴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기억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부모의 다툼이 반복된다면, 그 명절은 아이에게 평생 잊히지 않는 공포의 시간으로 남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이 앞에서의 다툼’은 더 이상 사적인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정서적 아동학대이며,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이다. 부모가 평화로울 때, 우리 아이들은 안전할 수 있으며, 가정의 평화가 곧 우리 아이들의 보호막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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