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척척!’ 모두가 누리는 일상과 여행을 위한 마을지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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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척척!’ 모두가 누리는 일상과 여행을 위한 마을지도 만들기

제주시 조천읍사무소 장승은

제주시 조천읍사무소 장승은
[정보신문] 과거 15년 전 미국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 중의 하나가 등굣길에 휠체어를 탄 학생과 같은 버스를 이용했던 기억이다. 그 학생이 기다리는 버스 정류소에 다다르면 버스 기사는 휠체어가 올라올 수 있도록 발판을 내리고 좌석을 접어 휠체어 자리를 만든다. 휠체어를 밀어 넣은 후 단단히 고정시키고 나면 버스가 출발한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작업이지만 기사도, 그 시간만큼 지체된 승객들도 조금의 불만의 기색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많은 건물이 휠체어를 탄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게 버튼의 위치, 휠체어가 드나들기 편한 턱없는 입구와 도로, 넓은 복도 등 세심하게 장애인의 편의를 고려하고 있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도 유니버설디자인, BF인증 등을 통해 많은 공공 시설물이 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으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주민과 관광객이 식당, 미용실, 체육시설, 관광지 등 일상적인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데 여전히 큰 제약을 받고 있다. 휠체어를 타는 부모님과 식당에 한번 가려면 인터넷을 찾아가며 일일이 전화해서 이용 가능한지 물어보고 확인해야 한다. 비단 휠체어만이 문제가 아니다. 유모차를 끌고 가거나 보행에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접근성으로 인한 제약으로 불편을 겪는다. 장애인에게 편리한 사회는 곧 모든 사람에게 편리한 사회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에 조천읍은 모두가 누리는 일상과 여행을 위한 휠체어 타고 척척 마을지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휠체어 이용 당사자와 주민이 함께 조사단을 꾸려 마을의 주요 시설을 직접 점검하고 접근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기록하여 지도로 제작 배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출입구 경사로, 문턱 높이, 내부 통로 폭, 화장실 이용 가능 여부, 주차 공간 접근성 등 세밀한 체크리스트를 적용하여 휠체어 이용인들에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무엇보다 주민자치위원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장애인지원협의회 등 조천읍 사회단체와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종합복지관 북부분관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방문 영업장의 협조와 주민의 호응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히 지도를 제작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포용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다. 지역민들과의 소통과 연대를 통해 포용공동체 조성에 앞장서는 주민자치 역량의 시험대에 서 있다는 각오로 성과보다 과정에 정성을 쏟아 의미 있는 결실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