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 부정수급을 키우는 숨은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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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 부정수급을 키우는 숨은 씨앗

서귀포시 주민복지과 주무관 오동진

서귀포시 주민복지과 주무관 오동진
[정보신문] 서귀포시, 25년도 상반기 총 123가구, 72,686천원 부정수급액 환수 결정

올해 우리시 상반기 사회보장급여 확인조사를 통한 부정수급가구 조사 결과이다. 이는 제도의 허점을 노린 고의적 행위뿐 아니라, 규정 위반 가능성을 알고도 방치한 사례들이 누적된 결과이다. 또한 이러한 수치는 행정력과 재정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제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불신과 부담을 남긴다.

모든 부정수급이 노골적인 사기나 치밀한 계획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관리자의 방관, 수급자의 무심한 외면처럼 ‘알고도 막지 않은’ 미필적 고의가 그 뿌리에 자리할 때가 많다.
미필적 고의는 ‘이렇게 하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에서 시작된다.

담당자는 소득·재산 변동 신고가 누락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신고의무 미이행’으로 책임을 넘기고, 수급자는 일시적인 소득 발생을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며 신고하지 않는다. 그 순간, 제도는 공정성을 잃고, 작은 균열은 곧 구조적인 부패로 번진다.

관리자의 미필적 고의는 감독 의무의 방기다. 점검 절차를 생략하거나, 규정 위반을 인지하고도 묵인하는 태도는 부정수급을 조장하는 토양이 된다. 반대로 수급자의 미필적 고의는 책임 회피의 변명으로 이어진다. ‘몰랐다’는 한마디 뒤에는 사실상 알면서도 무시한 선택이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렴은 이러한 회색지대를 없애는 일에서 출발한다. 규정 준수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잠재적인 위반 가능성마저 방치하지 않는 것이 청렴한 행정이다. 공무원은 법과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수급자는 신고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미필적 고의는 부정수급의 그늘 속에서 조용히 자란다. 그러나 한 번 뿌리내리면 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국 모두에게 피해를 남긴다. 작은 방관도, 사소한 무시는 곧 부정수급의 시작이다. 청렴은 바로 그 순간, 규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결심에서 실현된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