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쓰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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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양산쓰는 남자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문화도시조성TF팀장 정찬우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문화도시조성TF팀장 정찬우
[정보신문] 연일 지속되는 폭염으로 열대야와 찜통더위에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간다. 점심 먹으러 밖에 나갈 때면 가급적 가까운 곳으로 가거나 따가운 햇빛을 피해 저절로 그늘로만 걷게 된다. 그런데 나무나 큰 건물의 그림자가 없어도 계속 그늘 속을 걷는 방법이 있다. 바로 양산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영향 때문인지 거리엔 양산을 든 건 여자들뿐이다. 내가 양산을 쓰면 왠지 사람들이 쳐다보거나 놀릴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한국인의 피부암 발생률이 7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지속적인 자외선 노출이 피부 노화 유발과 DNA를 손상시켜 발암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뜨거운 햇빛이 몸에 좋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양산은 여성용'이라는 인식과 문화가 정착되어 버린 것 같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작년에 `양산 남자'라는 말이 생기고, 생활에도 정착됐다고 한다.

양산은 열사병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며, 에어컨 사용을 줄여 에너지를 절약해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준다.

문화 업무를 담당하면서 문화는 단순히 예술·음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관이나 신념, 행동 양식, 생활방식 모두를 의미한다는 걸 배웠다. 즉,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모두 문화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서귀포시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그동안 `미래세대를 위한 생태문화도시'를 만들겠다며 시민 주도의 문화적 삶을 강조해왔다. 이제는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바뀔 때이다. 한 사람이 문화를 바꾸긴 어렵다. 하지만 양산을 펴는 사람이 점점 늘어날수록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좋은 문화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산은 더 이상 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모두의 필수품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남자들도 이제 당당하게 양산을 펴고, 자녀와 부모님들께도 양산을 하나씩 선물하는 건 어떨까?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