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과 情(정)의 관계는… 제주시 교통행정과 정경숙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
2025년 08월 29일(금) 13:20 |
![]() 제주시 교통행정과 정경숙 |
필자 역시도 마지막 순간까지 ‘뭐라도 챙겨 드려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고, 반대로 지인이 음료를 사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우리의 문화적 정서 속에서는 여전히 더치페이보다는 누군가가 식사나 음료를 사주고,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정이 있는 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출근해서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되는 순간, 이 아름다운 정(情)의 문화와는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합니다. ‘청렴’을 지키기 위해서죠. 필자가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청렴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가볍게 풀어보려 합니다.
첫째, ‘몸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체력
주민들과의 식사 자리에선 늘 업무추진비로 결제할 생각에 카드를 준비해 갑니다. 하지만 막상 계산대 앞에 서면 서로 자기 카드로 결제하겠다며 싸움(?)이 벌어지곤 하죠.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식사 자리보다도 몸싸움을 먼저 걱정하게 됩니다.
한 번은 분명 제가 결제하겠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는데, 모임 장소가 베이커리로 정해졌습니다.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들더니, 예상치 못한 변수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곳은 키오스크 결제만 가능한 곳이었고, 카드를 가진 직원은 주차 중이라 밖에 있었으며, 저는 결제를 막으려 몸으로 버텼지만 결국 키오스크 결제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날 깨달았습니다. 청렴을 지키려면 단순한 ‘몸싸움’만으론 부족하고, ‘눈치’라는 무기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요!
둘째, 선물 돌리기를 끝낼 수 있는 결단력
이번에도 시작은 점심 식사 자리였습니다. 체력으로 카드 결제에는 성공했지만, 예상치 못한 선물이 등장했습니다. 선물을 주려는 쪽과 받지 않으려는 저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결국 돌려드리는 데 성공했지만 손가락에 살짝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돌려드린 선물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선물을 택배로 다시 보내드린 거죠. 그분이 나중에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결국 제주시청이 이겼어요.”
셋째, 청렴에 자주 노출되어 ‘습관으로 만들기’
매일 아침 컴퓨터를 켜면 시작되는 청렴 학습, 퀴즈, 영상 시청. 처음엔 의미 없어 보이지만 반복되다 보면 청렴이 자연스레 뇌리에 새겨집니다. 청렴 골든벨, 부서 자체 시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청렴이 생활 속에 녹아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관공서에서 친분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민원인을 공평하게 대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 지인이 공공근로를 신청하며 ‘어디에 지원하는 게 좋을까’ 묻길래, 업무적으로 필요한 정보는 제공했지만 그 이상은 해줄 수 없었습니다. 혹시 더 기대했다면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공무원들은 늘 청렴이란 단어에 익숙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민들과는 그 간극이 때때로 큽니다. 고맙다며 무거운 음료수 상자를 들고 오실 때마다, 돌려드려야 하는 마음이 항상 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너무 섭섭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청렴’과 ‘정’이 반드시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무원과 시민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거리두기, 그것이 바로 청렴이라고 봅니다. 청렴을 바탕으로 시민들과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문화가 더욱 깊게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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