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소방서 119구조대 정성호 소방사, 혈액암 앓는 익명의 환자에게 조혈모세포 기증 목숨 건 구조 이어 생명 나눔까지..소방관의 조혈모세포 선물 김금덕 기자 jbnews24@naver.com |
2025년 08월 11일(월) 09:53 |
![]() 광양소방서 119구조대 정성호 소방사, 혈액암 앓는 익명의 환자에게 조혈모세포 기증 |
조혈모세포는 적헐구 등 혈액세포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로 백혈병이나 혈액암 등 난치성 혈액 질환 치료에 쓰인다. 10여년 전에는 조혈모세포를 골수에서 채취해 '골수이식'으로 불렸으나 요즘은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혈액에서 조혈모세포를 분리해 수집한다.
하지만 조혈모세포 이식은 유전자가 일치해야 성사되는데 혈연관계라도 HLA 유전자형(백혈구항원)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고, 가족이 아닌 타인은 일치 확률이 2만분의 1에 불과하다.
특전사 복무시절부터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던 정성호 소방관은 한국 조혈모세포 은행협회 관계자로부터 조혈모세포 기증자 등록 권유를 받았다. 등록한 지 7년여 만인 올해 5월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혈액질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은 정 소방사는 기증 전 까지 3개월 동안 술을 끊고 운동을 하며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했다.
결혼을 앞두고 예비신부와 가족의 염려도 있었지만, 낮은 확률을 뚫고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적에 동참하고자 흔쾌히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세포 채취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채취 전 3일동안 촉진제 주사를 맞았는데 몸에 열이 나고 통증이 지속돼 진통제를 먹으며 일을 해야 했다. 이후 2박 3일의 입원과 입원 이틀 차인 채취 당일에는 6시간에 걸쳐 피를 뽑고 다시 넣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했다.
정 소방사는 "지금은 많이 회복됐지만 채취가 끝난 후에도 며칠 동안 무기력해지는 등 컨디션이 좋지않았다며, 그럴 때마다 주변 동료들의 물심양면으로 챙겨줘 무사히 기증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기증에 나서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정성호 소방사는 "생명을 살리는 소방관으로서 당연한 일이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웃어 보였다.
김금덕 기자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