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한 줄에 담긴 농업인의 한 해

서귀포시 성산읍 주무관 고아라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2026년 09월 16일(수) 13:24
서귀포시 성산읍 주무관 고아라
[정보신문] 성산읍사무소에서 농업직 공무원으로 근무한 지 3년째다. 요즘 성산읍은 월동무 주요 산지답게 곳곳에서 파종 작업이 한창이다. 이와 함께 월동무를 비롯한 주요 채소류의 재배면적 신고 기간도 시작됐다. 농업인들이 신고한 재배면적을 확인하고 관련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숫자와 마주하게 된다.

농업 행정에서는 숫자를 빼놓을 수 없다. 농가 수, 재배면적, 생산량, 신청 건수, 지원 금액 등 정확한 수치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행정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업인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류 속 숫자가 조금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숫자 하나에도 농업인의 삶과 한 해 농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행정에서 재배면적은 하나의 수치지만, 농업인에게는 한 해 농사의 규모와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날씨와 병해충에 따라 작황이 달라지고, 생산량과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과 소득도 달라진다.

우리가 업무 과정에서 쉽게 입력하고 확인하는 숫자 뒤에는 한 해 농사를 준비하며 수없이 고민한 농업인의 마음, 그리고 농작물을 키워내기 위해 흘린 땀과 노력이 담겨 있다.

농업직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농업인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법과 지침, 지원 기준에 따라 원하는 도움을 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행정적으로 어려운 사항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순간도 생긴다. 농업인의 사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더라도 행정에서 정해진 기준을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중요한 것은 행정의 원칙과 기준을 지키면서도 농업인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같은 내용이라도 농업인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설명하고 필요한 절차와 서류를 차근차근 안내하는 것,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라도 가능한 방법을 함께 찾아보려는 태도는 행정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령 농업인이 많은 농촌에서는 이러한 작은 차이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오늘도 많은 서류와 숫자를 마주한다. 숫자가 농업정책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숫자를 단순한 통계로만 바라보지 않으려고 한다. 행정에서 관리하는 농가 수와 재배면적, 생산량은 성산읍에서 묵묵히 농사를 이어가는 농업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재배면적 신고서에 적힌 숫자 한 줄을 바라볼 때마다 그 숫자 뒤에 있는 한 농업인의 한 해를 함께 떠올리고자 한다. 원칙과 기준을 지키면서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농업인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그것이 농업직 공무원으로서 내가 지켜가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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