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불교조계종 지리산대화엄사, 제22회 화엄문화제 개최 바람 속에 등불을 밝혀라 천년의 기억에서 세상을 밝히는 등불까지 남재옥 기자 jbnews24@naver.com |
| 2026년 09월 15일(화) 16:32 |
세상의 바람을 멈출 수는 없지만 그 속에서도 스스로 등불을 밝힐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천년고찰 지리산대화엄사가 간직해온 역사와 불교문화, 수행정신을 전통예술·요가·명상·음악·라인댄스·걷기와 연결한다.
특히 올해는 여러 프로그램을 단순히 나열하는 축제를 넘어 ‘기억의 등불→전통과 신앙의 등불→내면의 등불→예술의 등불→공동체의 등불→감사와 회향의 등불’로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로 사흘간의 여정을 구성했다.
첫째 날, ‘기억과 전통의 등불’을 밝히다
문화제 첫날인 10월 9일(금) 오전 10시에는 (故)차일혁 경무관 68주기 추모재가 각황전과 추모비에서 봉행된다. 한국전쟁 당시 화엄사를 비롯한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낸 (故)차일혁 경무관의 정신을 기리는 행사로, 올해는 “한 사람이 지켜낸 천년, 우리가 이어갈 천년”을 주제로 열린다.
화엄사는 (故)차일혁 경무관을 단순한 역사 속 인물이 아니라 ‘화엄사를 지킨 사람’, ‘문화유산을 지킨 사람’, ‘역사의 순간에 올바른 선택을 한 사람’으로 조명하고, 한 사람의 결단이 어떻게 천년 문화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었는지를 되새길 예정이다.
이어 오후 13시 30분부터는 화엄문화제의 불교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괘불 이운과 괘불재가 펼쳐진다. 국보 화엄사 영산회 괘불탱 진본을 박물관에서 이운해 괘불대에 모시고 전통 불교의례를 대한불교조계종 어산종장 동환스님 집전으로 봉행한다.
화엄사는 괘불을 박물관 속에 머무는 문화재가 아닌, 수백 년 동안 신앙과 수행, 공동체의 발원과 염원을 품어온 ‘살아 있는 불교문화유산’으로 대중에게 선보인다. 거대한 괘불(12.08×769.4cm)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천년 전 밝혀진 지혜의 등불을 오늘 다시 세상 앞에 펼친다”는 올해 문화제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첫날 밤은 1985년 국가무형유산 83-가호로 지정된 구례향제줄풍류가 장식한다. 오후 7시 30분 보제루에서 “달빛 아래 흐르는 천년의 풍류”를 주제로 거문고·가야금·대금·해금·양금·단소·피리·장고 등이 어우러진 전통 선율을 들려준다. 화려한 무대장치보다 고색창연한 보제루와 지리산의 가을밤, 달빛과 바람을 무대로 삼아 천년고찰의 밤과 구례의 전통음악이 만나는 ‘전통의 등불’을 완성한다.
둘째 날, “내 안의 등불에서 세상의 등불로”
10월 10일은 올해 화엄문화제의 중심이 되는 날이다. 오전에는 요가와 명상으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저녁에는 음악과 예술을 통해 그 빛을 세상으로 확장한다. 하루 전체를 ‘수행에서 예술로, 고요에서 울림으로, 내 안의 등불에서 세상의 등불로’이어지는 흐름으로 구성했다.
오전 8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보제루 앞 특설무대에서는 제12회 세계요가의 날(6월 21일) 기념 제6회 지리산대화엄사 요가대회가 열린다. 올해 주제는 “내 안의 등불에서 세상의 등불로”이며 약 400명이 함께한다. 천년고찰의 전각과 지리산을 배경으로 호흡과 명상, 여남준의 (명상 싱잉볼), 요가 퍼포먼스(전남요가회 지벤져스)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는다.
광주·전남지역 요가인과 일반 참가자뿐 아니라 인도 문화와 요가를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화엄사의 선 수행과 인도 요가의 정신이 만나는 상징적인 자리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화엄사는 요가대회를 단순한 생활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내 안의 등불을 발견하는 수행형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장기적으로 화엄사를 세계인이 찾는 명상·요가·웰니스 문화공간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죽비 세 번의 울림으로 여는 제22회 화엄음악제
둘째 날 밤 열리는 제22회 화엄음악제는 화려한 조명이나 사회자의 개막 선언 대신, 무대 중앙 범정스님(화엄사 홍보국장)의 죽비 3타로 시작한다. 첫번째 죽비는 ‘멈춤’, 두번째는 ‘깨어남’, 세번째는 화엄사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이어 법고와 사물, 범종 다섯 타가 천년 도량의 밤을 깨우고, 헌향·헌화·헌다의 육법공양을 통해 ‘천년 도량에 오늘의 예술을 올리는 공양’이라는 음악제의 의미를 드러낸다. 육법공양이 끝나면 생황의 첫 음이 흐르고, 같은 시각 각황전에서 고불식을 마친 화엄사 주지스님과 대중스님들이 공연장으로 향한다.
이 모습은 드론을 통해 대형 화면으로 실시간 중계되며, 생황의 울림이 어우러져 천년의 수행과 오늘의 예술이 하나로 이어지는 장면을 연출한다.
본 공연은 화엄문화제의 대주제 “바람 속에 등불을 밝혀라”를 중심으로 ‘바람→소리→삶→몸→빛’의 다섯 장면으로 전개된다. 생황이 ‘바람’을, 하윤주가 ‘소리’를, 최백호가 ‘삶’을, 프로젝트 M의 현대무용이 ‘몸’을 표현하고, 마지막 국카스텐의 강렬한 음악이 ‘빛’을 완성한다. 서로 다른 예술이 하나의 흐름으로 만나 한 사람의 내면에서 시작된 작은 등불이 사람과 사람을 거쳐 세상을 향한 빛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공연이 끝나면 다시 무대 중앙에서 죽비 한 타가 울린다. 시작의 죽비가 깨어남과 출발을 알렸다면 마지막 죽비는 공연에서 얻은 울림을 각자의 삶으로 가져가는 ‘회향(廻向)’의 소리다. 죽비 3타에서 출발한 음악제는 법고·범종·공양·생황과 다섯 장면을 지나 마지막 죽비 한 타와 함께 다시 산사의 고요로 돌아간다. 천년의 수행이 오늘의 예술을 만나고, 한 사람의 마음에 밝혀진 등불이 세상을 향한 빛으로 이어지는 밤. 그것이 제22회 화엄음악제가 그리고자 하는 “바람 속에 등불을 밝혀라”의 의미다.
마지막 날, 지역과 함께 신나게 웃고 ‘어머니의 길’에서 건강하게 회향
문화제 마지막 날인 10월 11일(일) 오전 8시 30분부터는 제3회 지리산대화엄사 구례군 라인댄스 동호인대회와 제6회 어머니의 길 걷기대회가 이어진다. 라인댄스 동호인대회는 “리듬을 따라, 건강을 잇고 마음을 잇다”를 주제로 구례지역 읍면 대표 라인댄스 동호인들 9개팀이 참여한다.
화엄사는 음악에 맞춰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발을 맞춘다’는 라인댄스의 의미에 주목해, 승패와 경쟁을 넘어 건강을 지키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생활문화형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특히 지역주민이 화엄문화제의 단순한 관람객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무대에 참여해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인공이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본 행사에 앞서 사전공연으로 구례의 명물 ‘아랑고고장구’ 시범공연이 펼쳐져 힘찬 장단과 흥겨운 가락으로 축제의 문을 연다. 라인댄스 동호인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선보인 뒤에는 참가자와 관람객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다 함께 트로트 한마당’이 이어진다. 경연대회 후 트로트 한마당에는 원플러스원(김민교, 이병철) 가수가 무대에 올라 친숙하고 흥겨운 노래를 선사하며, 참가자와 지역주민, 관광객이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한바탕 신명나는 화합의 시간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화엄사는 이를 통해 라인댄스대회를 단순한 경연행사에 머물지 않고, 장구의 신명과 라인댄스의 건강한 움직임, 트로트의 흥겨움이 어우러지는 지역공동체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세대와 지역을 넘어 모두가 한자리에서 웃고 몸을 움직이며 서로의 마음을 잇는 시간이 곧 화엄문화제가 지향하는 ‘공동체의 등불’이다. 이렇게 함께 웃고 즐기며 밝혀진 공동체의 등불은, 문화제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어머니의 길’로 이어져 흥겨움에서 감사로, 만남에서 성찰로, 다시 회향으로 깊어지며 사흘간의 화엄문화제를 완성한다.
특히 마지막 문장을 “흥겨움에서 감사로, 만남에서 성찰로, 다시 회향으로”연결해 놓으면 라인댄스와 ‘어머니의 길’이 서로 분리된 행사가 아니라 화엄문화제 전체 서사의 마지막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기억에서 전통으로, 내면에서 예술로, 다시 감사와 회향으로”
제22회 화엄문화제를 관통하는 상징은 결국 ‘등불’이다. 차일혁 경무관이 지켜낸 것은 기억과 문화유산의 등불, 괘불재와 향제줄풍류가 이어가는 것은 천년 전통의 등불이다. 요가와 명상은 자신의 내면에 등불을 밝히는 시간이며, 화엄음악제는 그 작은 빛을 음악과 예술을 통해 세상을 향한 등불로 확장하는 무대다.
마지막 날에는 지역주민들이 함께 발을 맞추고 어머니의 길을 걸으며 자신이 받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다시 가족과 이웃, 세상으로 돌려보내는 공동체와 회향의 등불로 사흘간의 여정을 완성한다.
화엄사 주지 우석스님은 “바람이 불지 않는 삶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자신의 등불을 꺼뜨리지 않는 것입니다. 천년 전 화엄을 밝혔던 지혜의 등불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서도 다시 밝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번 화엄문화제에 담았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유산을 지켜낸 한 사람의 숭고한 선택에서 괘불과 전통음악, 요가와 명상, 현대의 음악과 춤, 지역주민의 생활문화, 어머니를 생각하며 걷는 길까지 겉으로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결국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화엄의 정신입니다. 올가을 화엄사를 찾는 모든 분이 자신만의 작은 등불 하나를 마음에 품고 돌아가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화엄사는 제22회 화엄문화제를 통해 천년고찰의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고 전통과 현대, 수행과 예술, 사찰과 지역사회,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사찰문화축제의 모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사흘간의 프로그램을 구례와 지리산의 자연·문화·관광자원과 연계한 체류형 문화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키고, 장기적으로 국내외 관광객과 예술가, 요가·명상인이 함께 찾는 국제적인 사찰문화예술제로 성장시켜 나갈 방침이다.
남재옥 기자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