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오른 만큼, 삶도 나아지고 있는가 2027년 기준 중위소득 인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해남군청 복지정책과 통합조사팀 이미정 팀장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2026년 09월 08일(화) 19:51
[정보신문]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7년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692만9,885원으로 결정됐다. 2026년보다 43만5,147원, 6.70% 인상된 금액으로, 2015년 맞춤형 급여체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생계급여 선정기준도 4인 가구 기준 207만8,316원에서 221만7,563원으로 높아졌다. 1인 가구 역시 82만556원에서 87만5,533원으로 인상됐다.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의 선정기준은 각각 기준 중위소득의 32%, 40%, 48%, 50%로 유지된다.

그 과정에서 기준을 결정하고 제도를 설계한 보건복지부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고민과 노력에 현장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복지의 기준은 숫자로 정해지지만, 그 숫자 하나를 결정하기까지는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곳을 바라보려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분명 반가운 변화다. 그러나 복지 현장에서 이 숫자를 바라보는 마음은 조금 더 복잡하다.
기준 중위소득이 6.70% 올랐다는 사실과 저소득층의 삶이 6.70% 나아졌다는 것은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준 중위소득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 선정기준을 비롯한 다양한 복지정책의 중요한 기준선이다. 기준선이 높아지면 더 많은 취약계층이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상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선정기준이 높아지는 것만으로 생활의 안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는 단순한 월소득이 아니라 소득과 재산을 반영한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같은 소득이라도 질병이 있는지, 주거비 부담은 어떤지,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 있는지에 따라 실제 삶의 무게는 크게 달라진다.

소득이 같다고 삶의 무게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특히 농어촌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더욱 선명하다. 병원과 복지시설이 멀고 대중교통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이동수단이 되기도 한다. 도시와 농어촌의 빈곤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의 복지는 소득의 크기만을 측정하는 데서 나아가 지역별 생활비용과 서비스 접근성, 가구가 실제로 부담하는 의료·주거·돌봄 비용까지 살피는 방향으로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수급자가 되는 것’에서 복지의 목표가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가난은 혼자 찾아오지 않는다. 소득이 줄면 주거가 불안해지고, 질병이 생기면 의료비 부담이 커지며, 혼자 사는 사람에게 돌봄이 부족하면 다시 건강 악화와 빈곤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생계·의료·주거·돌봄·고용·자립을 따로 지원하기보다 한 사람의 삶을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복지가 필요하다. 2027년 기준 중위소득 인상은 빈곤 심화와 K자형 양극화라는 현실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실제 경제와 국민의 생활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중앙정부의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 기준을 고민하고 결정한 보건복지부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노력에도 현장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러나 정책은 발표되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정책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사회복지 공무원은 중앙에서 만들어진 정책을 국민의 삶으로 연결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제도의 기준 안에 들어온 사람을 지원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때로는 제도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을 찾아내고, 서류에 기록된 숫자 너머에 있는 삶의 무게를 살핀다.

어쩌면 우리는 복지라는 거대한 몸의 말초신경과도 같다.
중앙에서 아무리 정교한 정책을 만들어도 현장의 아픔을 감지하지 못한다면 정책은 국민의 삶에 닿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현장으로 간다.
문을 두드리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다. 복지의 기준선 밖에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어려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책이 사람에게 닿지 못하면 숫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 숫자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현장으로 간다.

빈곤의 심화와 양극화가 깊어질수록 복지는 더 빠르고, 더 가까워져야 한다. 사람이 복지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복지가 사람이 있는 곳까지 찾아가야 한다.

2027년 기준 중위소득 인상은 그 출발점이다.
중앙의 정책이 기준을 세우고, 지역의 현장이 그 기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는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의 삶이 있다.

우리는 그 삶을 향해 간다.
복지는 기준선을 정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준선 아래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서 완성된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숫자에서 삶으로, 정책에서 현장으로, 사람이 있는 그곳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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