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 쓰레기통이 없는 제주시, 기후위기 시대의 '불편한 선택’

제주시 기후환경과 지속가능환경팀장 김정열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2026년 06월 09일(화) 08:32
제주시 기후환경과 지속가능환경팀장 김정열
[정보신문] 제주시 내 도로변을 걷다 보면 가로변 쓰레기통을 찾을 수 없다. 당장 손에 든 일회용 음료 컵을 어쩌지 못해 난감하고 불편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더운 날씨에 차가운 음료를 일회용 컵에 들고 다니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도로변 쓰레기통이 없기에 간혹 무단투기가 발생한다. 특히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이 밀집하는 상습 투기 구역은 누군가 슬며시 놓고 간 음료 컵 하나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쓰레기장으로 변하곤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도로변에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는 자원순환과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하는 깊은 고민이 숨어 있다.

첫째는 '배출자 부담 원칙'을 준수하는 다수 시민과의 형평성 문제다. 우리 시민들은 종량제 봉투를 구입하고 분리배출의 번거로움을 견디며 비용과 노력을 감수한다. 만약 도로변에 쓰레기통이 생기면, 가정 내 생활 쓰레기까지 교묘하게 던지고 가는 불법 투기 장소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이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묵묵히 동참하는 대다수 도민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

둘째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 및 선순환'의 가치 때문이다. 여름철 거리 쓰레기의 주범인 일회용 컵은 비우고, 씻고, 말려서 배출하면 훌륭한 순환 자원이 된다. 하지만 거리 쓰레기통에 무분별하게 담긴 컵들은 남은 음료와 음식물로 오염되어 재활용되지 못하고 전량 소각장으로 향한다. 이는 고스란히 탄소 배출과 기후 변화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따라서 도로변 쓰레기통을 두지 않는 것은 단순히 관리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 무분별한 플라스틱 소비를 억제하고 온실가스를 줄여,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다행히도 현재 많은 시민들이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고, 다소간의 불편을 기꺼이 감내하며 기후행동에 적극 동참해 주고 계신다.

과거에는 버스 안에서 음료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당연히 '비매너'로 인식하고 스스로 자제한다. 이처럼 성숙한 시민의식은 제도적 강제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올여름, 기후위기로부터 제주를 지키기 위한 작은 실천을 제안해 본다. 내가 마신 음료 컵은 스스로 되가져가는 문화, 가방 속에 텀블러 하나를 챙겨 일회용품 사용 자체를 줄이는 습관이다. 우리가 겪는 '작은 불편'이 모여, 청정 제주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위대한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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