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한 공무원이 불편하다는 말의 의미

서귀포시 안덕면 주무관 박제연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2026년 03월 24일(화) 20:46
서귀포시 안덕면 주무관 박제연
[정보신문] "저 공무원, 너무 원칙대로만 해서 불편해요." 공직생활을 시작하고 업무를 수행하며 실제로 들은 말이다. 처음엔 당혹스러웠다.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누군가에겐 불편함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이 말이야말로 청렴의 본질을 정확히 찌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렴한 행정은 종종 불편하다. 예외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봐주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껏 무엇에 익숙해져 있었던 걸까?

서귀포시 안덕면사무소에서 주민자치회를 담당한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직접 지역의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이다. 작아 보이지만 주민의 일상과 직결된 사안들이 논의된다. 이곳에서 공직자의 역할은 단순한 행정 지원을 넘어선다. 어느 편도 들지 않으면서도, 모든 목소리가 제 자리를 찾도록 판을 지키는 일 — 쉽게 말하면 '공정한 심판'이다. 그런데 공정한 심판은, 지는 팀에겐 언제나 불편한 존재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뜻밖의 방식으로 청렴을 정의했다. 그는 청렴을 고상한 '덕목'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에 가깝게 다뤘다. 청렴하지 못한 관리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 구체적인 경로와 징후를 해부하듯 서술한 것이다.

작은 청탁 하나를 허용하는 순간 어떻게 균열이 시작되는지, 사소한 편의 제공이 어떻게 관행이 되고 결국 부패로 이어지는지를 그는 냉정하게 기록했다. 청렴은 마음속에 품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주민의 눈앞에서 매 순간 작동해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것 — 그것이 다산이 현장의 목민관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핵심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현장이 안덕면 주민자치회 회의실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주민의 의견이 더 크게 울릴 때,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두고 이견이 생길 때, 혹은 "담당자가 좀 유연하게 처리해줬으면" 하는 눈빛을 마주할 때, 그 순간마다 청렴은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구체적인 선택의 문제가 된다.

결재 한 줄, 안내 문자 한 통, 회의록 한 문장에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와 '그래도 원칙대로 해야지' 사이의 선택이 존재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 선택이 항상 편하지는 않다. 원칙을 지키는 일은 때로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속도를 늦추고,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그럼에도 그 선택을 반복하는 것, 그것이 공직자로서 청렴을 지키는 방식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청렴한 공무원이 불편하다'는 말을 이제 다르게 듣는다. 불편함이 생겼다는 것은 원칙이 작동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예외 없이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는 뜻일 수 있다.

물론 모든 불편함이 그런 건 아니다. 진짜 불통과 불친절은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소통 없는 원칙은 권위주의가 되고, 설명 없는 거절은 불신을 낳는다. 청렴과 친절은 대립하지 않는다. 충분히 설명하고, 귀 기울이되, 기준만큼은 흔들리지 않는 것 —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청렴한 공직자의 모습이다. 주민의 신뢰는 친절만으로 쌓이지 않는다. 언제나 같은 사람, 어디서든 같은 기준 — 그 일관성이 차곡차곡 쌓일 때 비로소 신뢰가 된다. 한두 번의 좋은 인상이 아니라, 수십 번의 같은 태도가 만들어내는 것이 신뢰다.

안덕면사무소 창구에서, 주민자치회 회의 테이블에서, 마을 골목에서 마주치는 순간마다, 나는 오늘도 그 일관성을 지키려 한다. 청렴이 가끔 불편해도 괜찮다. 그 불편함이 공정함의 증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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