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은 “관리”가 아니라 “함께 살기”로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주무관 김학림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
| 2026년 03월 17일(화) 21:49 |
![]()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주무관 김학림 |
자연친화는 거창한 조형물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그늘 한 줄을 어디에 남길지, 빗물이 스미는 바닥을 어떤 재료로 만들지, 밤의 어둠을 얼마나 지킬지 같은 작은 선택에서 비로소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작은 선택들은 시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바꾼다.
예를 들어 가로수와 공원은 ‘조성’보다 ‘유지’가 품질을 좌우한다. 토종·자생 수종을 우선하고, 관수와 병해에 강한 식재 기준을 표준화하면 관리비와 민원을 함께 줄일 수 있다. 보행로 역시 가능한 한 투수성 포장을 늘리고 빗물 유입을 유도하면, 비가 올 때마다 물이 길을 덮는 장면을 조금씩 줄여갈 수 있다.
해안 산책로와 마을길의 조명도 마찬가지다. 밝기 경쟁 대신 차광과 색온도 기준을 세우면, 안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밤하늘과 생태를 지킬 수 있다. 자연을 ‘손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덜 망가뜨리며 쓰는 것’으로 바꾸는 일, 그 조용한 기준이 도시의 다음 계절을 만든다.
결국 이는 “사람이 자연을 관리한다”에서 “자연의 리듬에 사람이 맞춘다”로 옮겨가는 태도다. 도시가 자연을 품으려면 완성형 풍경을 만들어내기보다, 자연이 스스로 자라고 회복할 시간을 넉넉히 남겨두는 방식이 더 어울린다. 잔디가 조금 더 자유롭게 자라고 낙엽이 계절의 결을 남겨도 괜찮다. 그런 변화는 생태가 살아 있다는 신호이고, 도시가 숨 쉴 틈을 가진다는 증거다.
생활권에서 중요한 것은 자연의 ‘연결’을 살리는 일이다. 오름과 숲, 하천과 습지, 해안의 녹지가 서로 이어질 때 새와 곤충, 작은 생명들의 이동이 자연스러워지고 도시는 더 풍부한 생태를 품게 된다.
또한 ‘물’은 보이지 않는 공공 인프라다. 빗물이 스며들 공간을 늘리는 도시는 비가 오는 날조차 일상이 부드럽다. 그리고 ‘어둠’은 도시의 또 다른 자산이다. 적당한 어둠이 남아 있을 때 밤하늘은 더 선명해지고, 생태는 안정되며, 사람의 휴식도 깊어진다.
자연과 함께 산다는 것은 자연을 멀리 두는 일이 아니다. 자연을 가까이 두되 더 건강하게 쓰고, 더 오래 누리는 일이다. 관리가 목적이 아니라 공존이 목표가 될 때, 도시의 풍경은 ‘보기 좋음’을 넘어 ‘살아 있는 풍경’이 된다. 그리고 그 풍경은 결국 우리의 일상과 건강, 안전, 그리고 다음 계절의 가능성을 넓혀준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