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 '잠시'라는 이름의 위협

서귀포시 영천동 주무관 이종길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2026년 03월 12일(목) 21:04
서귀포시 영천동 주무관 이종길
[정보신문] 흔히 한국인을 표현할 때 ‘역동적’이라는 말을 쓴다. 무엇이든 빠르게 처리하고 성과를 내는 모습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만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빠름’에 대한 집착이 도로 위로 옮겨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목적지 바로 앞에 차를 세워야 직성이 풀리는 조급함, “금방 나올 건데 뭐 어때?”라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 이웃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주정차’의 시작이다.

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며 현장을 살피다 보면, 인근에 공영주차장이 비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좁은 이면도로나 횡단보도 근처에 차를 세우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단속에 걸린 분들 중 일부는 “내 집 앞인데 잠시 세운 게 무슨 큰 죄냐”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잠시’가 누군가에게는 통과할 수 없는 벽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어르신이나 유모차를 끄는 부모들에게 불법 주정차 차량은 단순히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아니라, 차도로 내몰리게 만드는 위험천만한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불법 주정차는 단순한 통행 불편을 넘어선다.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소방시설 주변의 불법 주정차는 대형 사고의 불씨가 된다. 굽이진 길목을 가로막은 차량 한 대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튀어나오는 아이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화재 발생 시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결과는 결코 ‘작은 실수’라고 치부할 수 없는 생명의 문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민신고제와 CCTV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속의 눈길을 피하는 기술이 아닌 공동체를 생각하는 시민 의식이다.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정해진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는 그 불편함 속에 진정한 이웃 사랑이 담겨 있다. 나의 차가 세워진 자리가 누군가의 안전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더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오늘 하루, 나의 편의를 조금 내려놓고 우리 동네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는 ‘안전한 길’을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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