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저탄소농업, 땅을 살리면 농업이 산다. 제주시 감귤유통과 농산물유통팀장 이행주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
| 2026년 02월 11일(수) 20:50 |
![]() 제주시 감귤유통과 농산물유통팀장 이행주 |
최근 농정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저탄소 농업’이다. 말이 어렵지만, 쉽게 풀면 이렇다. 농사 과정에서 기름·비료 같은 탄소 배출은 줄이고, 대신 땅이 탄소를 더 많이 머금게 하는 농사 방식이다. 깊게 갈지 않고, 풀을 덮어 키우고, 유기물을 늘려 토양을 살리는 방식이다. 땅이 살아나면 물도 잘 머금고, 뿌리도 튼튼해지고, 병도 줄어든다. 결국 작물 품질이 좋아지고 생산비도 줄일 수 있다.
이건 환경운동 이야기가 아니다. 농민이 오래 농사짓기 위한 농가 생존전략이다.
세계 농업은 이미 방향을 바꾸고 있다. 무작정 많이 생산하는 농사에서 벗어나, 땅을 살리면서 안정적으로 수확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재생농업, 저탄소 농업이라는 이름은 다르지만, 핵심은 하나다. “토양이 살아야 농업이 산다.”
제주도도 이런 흐름을 알고 있다. 여러 시범 사업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농민 입장에서 보면 아직은 체감이 크지 않다. 참여해도 당장 소득이 늘어나는 게 보이지 않고, 행정 절차는 복잡하다. 그래서 많은 농가가 “좋은 건 알겠는데, 현실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 제주에 필요한 건 ‘시범’이 아니라 실제 도움이 되는 실증이다.
저탄소 농사를 지으면 생산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품질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소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게 눈에 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직불금, 인센티브, 유통 프리미엄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농민이 스스로 참여한다.
제주는 감귤과 밭작물이 중심이다. 이 구조는 저탄소 농업에 오히려 유리하다. 밭작물은 토양 관리만 잘해도 땅의 힘이 확 달라진다. 감귤 과원도 풀을 덮어 키우고 유기물을 늘리면 나무가 달라진다. 이런 농법이 자리 잡고, 여기에 공동선별과 품질 관리, 데이터 유통이 더해지면 ‘저탄소 제주 농산물’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건, 농민 혼자 하게 두지 않는 것이다. 개별 농가가 아니라 마을 단위, 작목반 단위로 함께 가야 한다. 행정은 기술과 데이터를 지원하고, 농협과 유통 조직은 판로와 가격을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저탄소농업은 환경 정책이 아니다. 농민의 소득 정책이고, 제주 농업의 생존 전략이다.
기후는 우리가 막을 수 없지만, 대응 방식은 바꿀 수 있다. 땅을 살리는 농사, 비용을 줄이는 농사, 오래 버틸 수 있는 농사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세대도 농업을 선택할 수 있다. 이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시범을 넘어 실증으로, 실증을 넘어 농민의 소득으로 땅을 살리면 농업이 산다.그리고 농업이 살아야 제주가 산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