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함께 걷는 설렘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산지경영팀장 이형희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2025년 11월 22일(토) 22:36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산지경영팀장 이형희
[정보신문] 제주에 산 지 어느덧 15년. 나는 스스로를 ‘제주와 연애 중인 이주민’이라 부른다. 제주 나무꾼을 만나 이곳에 정착한 뒤 처음 몇 년은 소문난 명소를 찾아다니며 여행자처럼 살았다. 그러나 제주가 삶의 터전이 되자 늘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다음에 가보지”, “언제든 갈 수 있으니까” 하며 미루는 일이 많아졌다. 그 거리 두기 속에서도 제주는 여전히 매일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며칠 전 우연히 읽은 부산 관련 기사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부산이 K-도시를 꿈꾸는 동안, 우리는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나. 그 머묾이 빛나는 이유.” 이 글을 읽으며 제주 역시 앞으로 관광도시로서 어떤 방향을 꿈꾸고 있는지,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여행을 떠나면 사람들은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긴다. 그리고 다시 그곳을 찾는 이유 역시 ‘추억’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 속에 남은 감정의 흔적이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관광도시 제주가 지켜야 할 것도 결국 ‘다시 찾고 싶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환상의 섬, 제주”라는 문구를 좋아한다. 제주라는 공간을 전부 보여주기보다, 보일 듯 말 듯 여백 속에 감성을 숨긴 표현이기 때문이다. 마치 연애 초기에 느끼는 두근거림처럼,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제주 곳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한꺼번에 보여지는 장소가 아니라 천천히 스며드는 곳.

사람들이 제주에 대해 가장 많이 하는 말들이 있다.
“공기가 다르다.” “숲이 좋다.”
이 말들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제주 고유의 자연과 감각에서 비롯된 진실한 경험이다. 제주를 떠올릴 때 누구나 비슷한 풍경과 단어를 말한다. 봄을 알리는 유채꽃, 수평선이 보이는 푸른 바다, 바람과 함께하는 돌담, 어디에도 없는 오름과 곶자왈, 설경이 아름다운 한라산, 차디찬 겨울을 이기고 피어나는 동백꽃, 정낭이 지키는 마을 풍경까지. 이것들은 단순한 관광 요소가 아니라 제주가 가진 공간의 정체성이며, 사람들이 제주를 다시 찾게 만드는 감성의 원천이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제주가 소비되는 관광지가 아니라, ‘머무르고 싶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섬으로 남기를. 사진 몇 장 남기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 저장된 한 장면 때문에 다시 돌아오게 되는 그런 장소가 되기를.

1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매일 새로운 제주를 만난다. 그 새로움은 제주가 나에게 건네는 오래된 설렘이고, 그 설렘 덕분에 나는 오늘도 제주와 연애 중이다. 그리고 이 연애가 오래도록 이어지길, 앞으로도 추억을 품은 제주로 남아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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